[방이동] 방이점 봉피양
냉면의 시대, 냉면의 계절
얼마 전 TVN의 예능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서 평양냉면에 대한 맛집을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국내 평양냉면 덕후들은 바짝 긴장을 했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사람 많기로 유명한 평양냉면집들인데, 방송까지 타고나면 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습니다. 방송 출연이 예상되었던 냉면집을 꼽아보았을 때, 봉피양, 필동면옥, 우래옥, 을밀대, 을지면옥, 평래옥, 의정부 평양면옥 등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출연 패널 중에 황교익 선생님도 유명한 평양냉면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특히 자주 찾아가는 곳은 필동면옥이라고 합니다. 냉면 덕후들은 과연 황선생님이 방송에 필동면옥을 소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귀추가 주목되기도 했었는데, 만일 소개하지 않는다면, 저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현실이 되어 필동면옥은 몇 마디 언급을 제외하고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을밀대나 우래옥, 봉피양의 경우는 평양냉면집을 너머 경영의 한 형태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고 소개하기도 좋다고 평가되어 이 셋을 생각했지만, 여기서 을밀대는 빠지게 되었고 우래옥과 봉피양이 소개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경영의 지평을 연 냉면가게들은 그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명성이 어디 빠지지는 않으니 각 업소의 특징적인 냉면을 드셔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이동의 봉피양
방이동의 봉피양 본점은 순면을 취급하는 봉피양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순면을 먹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순면을 취급하는 업소들이 점차 줄더니, 이젠 검색을 해보고서야 순면을 파는 업소를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순면이 사라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찾는 사람은 없고 단가는 비싸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큰데요. 순면은 메밀 100%로 만든 면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쫄깃한 맛이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먹은 뒤에도 개운하며, 슴슴한 맛으로 먹는 평양냉면에서 순면은 참 중요한 재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순면이라고 해서 무조건 맛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순면도 순면 나름인 셈인데, 순면이 나오기까지 결정적인 방식은 순면의 제조과정에 의해서 크게 갈린다고 봅니다. 그 중에서도 콩을 가는 멧돌(그라인더)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커피에 비유하자면 몇백 짜리 말코닉 그라인더로 커피 콩을 가는 것과, 가정에서 이 만원 짜리 핸드밀로 콩을 가는 것과는 차이가 큰 것과 같은 것인데요. 메밀이나 콩이나 그것을 그라인딩할 때는 열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회전속도가 필요한 법인데, 만일 천천히 돌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인해 콩이 뜨거워진다면 잡미가 심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즉 재료값은 비싸지만 그 값을 못한다는 셈이 되는 것이지요. 역삼점에 한 막국수집은 고퀄의 순면을 위해서 1억이 넘는 그라인더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시도가 순면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가장 정확한 건
당신의 입맛
<수요미식회>에서도 나온 사안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호에 따른 입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독 평양냉면이 그러한데요. 암묵적 평가에 의해 어디를 가면 초보이고, 어디를 가면 고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합니다. 그러나 방송에 나온 냉면집은 모두 훌륭하니 사실 가장 좋은 잣대는 결국 소비자들의 입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송에서 우래옥이 1위를 차지한 까닭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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