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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동] 남정네의 작은부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 16. 16:02

[불광동] 남정네의 작은부엌

 

불광동에도 이런 곳이?

창조공간 '남정네의 작은부엌'

 

딜가나 맛있는 음식은 있기 마련이라지만 불광동하고 떠오르는 맛집들은 대개 고깃집이라던지, 전집, 중국집 등의 이미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세울 것이 많지 않은 은평구에서도 낙후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불광동에서는 데이트코스라기 보다는 등산객들이 만찬을 즐기는 곳에 더 익숙했다. 한 때 번영했던 동네였다고는 하나, 이제는 그 흔적만이 아스라이 남아 있을 뿐, 시간의 풍화작용에 의해서 모래바람 처럼 사라져갈 뻔한 불광동. 그곳에서 '남정네의 작은부엌'이라는 네 테이블 정도의 단촐한 컨템포러리 퀴진이 들어섰다. 그러나 꽉찬 맛을 가지고 있어 먼 동네에서도 어찌알고 불광동을 찾아온다고 하니, 어찌된 일일까.

 

 

▲딸기를 곁들인 망고(후식 제공)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기때문이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정네의 작은부엌의 점주는 이미 요리 레시피를 이용한 블로그로 한 차례 명성을 얻은 바 있다. 그것을 한 데 묶어 책을 냈을 정도이니 명성도 명성이지만 여러모로 요리실력이 입증되었던 사실을 통해 먼 발치서도 음식 한 번 자시러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필자 역시 돌고 도는 소문에 의해 겨우 찾아갔을 정도이니 입소문이 과연 무서운 법이다. 그러나 놀라웠던 것은 쉐프가 요리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점. 단지 요리가 좋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레스토랑은커녕 슈퍼 하나 없을 것 같은 그런 달동네 같은 동네에 퀴진을 차렸다는 점이다. 세상이 호락호락해보여서 차렸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이미 그 맛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가 지났음에도 식사를 하는 내내 예약과 관련된 전화가 울렸다. 요리하랴, 전화받으랴. 주방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라곤 점주와 그의 동생 둘 뿐이었다. 한 번에 세 팀, 네 팀이상은 받을 수 없기에 이 둘의 인원으로 충분했지만, 그만큼 이 곳은 예약없이는 찾아가기 힘들다. 설상가상이라고 예약을 해도 처음 가본다면 어느 정도 헤멜 각오를 해야 한다. 네이버 지도나 다음의 로드뷰를 봐도 소용없다. 그만큼 입지가 취약하다.

 

 

▲'남정네의 작은부엌'의 주력메뉴 안심스테이크

 

 

 

훈훈하고 서글서글한 인상 만큼이나 서비스도 만족했다. 내가 메인으로 시켰던 건 안심을 이용한 스테이크였는데 마침 특급한우가 있다며 고기를 바꿔주었다. 혹자는 "그게 다 생색"이라며 비꼬는 시선으로 보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어떤가. 그만한 서비스를 받는데 이 정도 생색은 내봄직한 것 아닌가.

 

 

▲새우가 들어간 봉골레

 

 

 

▲'그래도, 사랑' 겨울메뉴로 크리스피한 가래떡과 갈비살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만한 곳이 어디 또 있을까?

남정네의 작은 부엌의 매력은 먼 길 마다하고 손님을 불러 모으는 맛도 맛이겠지만, 정말 보기 드문 가성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새우를 곁들인 봉골레, 스테이크를 이용한 샐러드(양이 어마어마 함), 메인으로 주문한 안심 스테이크까지 다 합쳐서 칠 만원 안팎의 가격이 나왔으니 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산뜻할 수밖에 없다. 가보면 알겠지만 여기의 음식들은 청담이나 한강진의 식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점주가 운영하는 블로그다. 그 블로그를 들여다 보면 정말 모든 걸 오픈한 걸 볼 수 있는데 그게 어느정도냐면 상반기 매출을 공개한 정도이다. 블로그에 적힌 점주의 말에 따르면 아직 식당의 운영을 유지하는 정도에만 그치고 있어서 동생에게 당연한 월급 한 번을 못 전해주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남정네의 작은부엌이 불광동의 명소로 자리잡아 빼도박도 못하기를 간절히 비는 마음이다.

 

 

 

 

남정네의 작은 부엌

02-352-3336